[스크랩] 왜, 일편단심 민들레라 그랬을까?
우리네 인간보다 나은 민들레?
[초보자의 야생화 따라잡기 5] 민들레
토종 민들레.
우리네 들꽃은 야생화, 풀, 잡초 등 다른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나훈아의 <잡초>에는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 것도 없는 잡초라네…”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민들레는 잡초라 해서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닙니다. 꽃의 아름다움과 나물, 약초, 향기 등 무궁무진한 가치가 서려 있습니다.
‘일편단심(一片丹心)’은 민들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입니다. 국민가수 조용필의 <일편담심 민들레>에 영향 받은 바 크죠. 그렇담, 일편단심의 근거는 무엇일까?
서양민들레.
#1. 아무나 받아들이지 않고 토종만 고집한다.
민들레는 4~5월에 꽃을 피운다. 같은 민들레라도 토종 민들레는 토종 민들레 꽃가루만 받아들이고, 서양 민들레 꽃가루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기가 원하는 토종 민들레 신랑감이 오기를 일편단심으로 기다린다. 결국 토종 신랑이 오지 않으면 급기야 처녀임신을 한다. 봄바람에 날리는 꽃가루는 발아가 되지 않은 무정란이라 보면 된다.
반대로 서양 민들레는 무엇이고 찾아오는 대로 받아들여 씨를 맺는다. 서양 민들레 씨는 100% 발아하는 관계로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일편단심이 토종 민들레의 수가 줄어드는 원인 중 하나이다.
#2. 경북 경주에 전해오는 민들레 전설
옛날 한 노인이 민들레란 소녀와 살았다. 칠십 넘은 노인의 손녀딸을 '덕'이란 총각이 애타게 사모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마로 인해 집이 떠내려갈 처기에 있던 노인과 민들레가 덕이네 집으로 피난을 왔다.
한집에서 살게 된 덕이는 민들레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어느 날, 나라에서 중국에 받칠 예쁜 처녀를 뽑는데 민들레도 뽑혀가게 되었다. 민들레는 가지 않으려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자 민들레는 비수를 꺼내서 자결하고 말았다. 그 곳에서 꽃 한 송이가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사랑을 못 다하고 죽은 민들레의 넋이 꽃으로 되어 피었다고 ‘민들레 꽃’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렇게 민들레 아가씨가 한 남자만을 사랑하고 정조와 순결을 지키기 위해 자결한 것처럼, 흔들림 없이 한 곳으로 향하는 변치 않은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3. 흔들리지 않는 뿌리의 굵고 곧음
민들레에 일편단심이 붙은 건 색깔보다 뿌리 때문이라 한다. 뿌리가 곧게 내리 뻗기 때문이다. 옆으로 뻗은 실뿌리는 아주 빈약해 있으나 마나다. 하지만 중심뿌리 하나는 굵고 곧게 생겼다. 그래 다른 일에 흔들리지 않고 한 가지에만 절개를 지킨다는 의미로 일편단심 민들레라고 부르게 되었다.
#4. 꽃받침이 바르다.
서양 민들레는 꽃 받침대(혹은 총포)가 뒤로 말려 젖혀진데 반해 토종 민들레는 꽃받침대가 곧게 서 있다.
이런 특성을 가진 민들레는 핀 꽃이 지면 눈송이가 날립니다. 이를 민들레 홀씨라 하는데 흔히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또 뿌리가 땅속 깊이 자라기 때문에 짓밟혀도 잘 죽지 않습니다. 때문에 서민들의 힘든 삶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구전에 따르면 과거 사립문 둘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여 ‘문 둘레’라 부르다 ‘민들레’가 된 것이라 추측하기도 합니다.
잡초처럼 자라 꽃을 피우는 민들레지만 일편단심 정절을 지키는 것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쉽게 변하는 우리네 인간보다 훨씬 나은 모습은 아닐까?